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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이야기

아리셀 화재참사를 통해 알아보는 중대재해처벌법

by 고장난 시계 2025. 9. 28.

중대재해처벌법이란?

2024년 6월 24일,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아리셀 리튬전지 제조공장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23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는 참사가 벌어졌습니다. 부상자도 8명에 달하는 이번 사고는 단순한 화재를 넘어, 우리 사회의 산업현장이 여전히 얼마나 위험한지를 다시 한번 드러냈습니다.

무엇보다 희생자 대부분이 이주노동자였다는 점에서 그 비극은 더 깊었습니다. 사망자 23명 중 17명이 중국 국적, 1명이 라오스 국적이었습니다. 이처럼 산업현장에서 반복되는 중대재해는 여전히 사회적 약자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아리셀 대표에게 중대재해처벌법 최대형 선고

이번 사건과 관련해 2025년 9월 23일, 법원은 중대재해처벌법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기소된 아리셀 대표이사 박순관과 아들인 박중언 총괄본부장에게 각각 징역 15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습니다.

이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최대 형량입니다. 실형 선고와 동시에 법정구속이 이루어진 이례적인 판결로, 법원이 중대재해에 대해 더 이상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됩니다.

📌 재판부의 판단 근거

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다음과 같은 점들을 강조하며 중대재해에 대한 대표이사의 책임을 명확히 했습니다:

  • 화재 발생 이틀 전 이미 유사한 폭발 사고가 있었음에도 같은 날 생산된 리튬전지를 폐기하지 않은 점
  • 파견노동자에게 기초적인 안전보건교육조차 실시되지 않았던 점
  • 리튬이라는 고위험 물질을 다루는데도 특별안전교육이 전혀 없었던 점
  • 비상구 위치 안내, 대피 경로 등의 기본적 안전조치가 전무했던 점
  • 위험성 평가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점

이처럼 안전조치가 전면적으로 부족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법원은 아리셀 경영진이 충분히 사고를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음을 인정했습니다.

🚫 변호인 측의 주장, 법원이 배척

아리셀 측은 재판 과정에서 박순관 대표가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러한 주장을 일축하며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대표이사를 경영책임자로 보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중대재해 발생 시 대표가 책임을 회피하는 관행이 계속될 것이다.”

이러한 판결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취지인 ‘실제 사업주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원칙을 정확히 짚어낸 것으로 평가됩니다.

📈 판결의 의의: 단순한 실형 이상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2025년 1월까지 총 35건의 판결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중 실형이 선고된 건은 단 5건, 대부분 징역 1년 이하 또는 집행유예에 그쳤습니다.

이번 판결은 그동안 미온적이었던 실형 선고의 한계를 극복하고, 중대재해에 대해 징역 15년까지 선고 가능하다는 강력한 선례를 남긴 사건입니다. 항소나 상고 과정에서 형량이 다소 줄어든다 하더라도, 이번 판결은 경영자들이 더 이상 안전을 비용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는 강한 경고장을 보낸 것입니다.

🛠️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의 역할

일부 사용자 측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예방보다는 처벌 중심이라며 불만을 제기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은 법의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입니다.

산업현장의 예방조치는 ‘산업안전보건법’이 담당합니다. 이 법은 각종 안전조치, 시스템 구축, 교육 의무 등 사고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장치들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반면 ‘중대재해처벌법’은 이러한 조치들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실제로 노동자가 사망하거나 중상을 입은 경우에 대한 책임을 묻는 법입니다. 즉, 예방과 억제를 함께 구현하기 위한 법적 장치인 것입니다.

⚠️ 노동자의 생명은 비용 절감의 대상이 아니다

아리셀 참사는 우리에게 뼈아픈 질문을 던집니다. 왜 매번 죽는 건 비정규직, 이주노동자들일까요? 왜 가장 위험한 현장에 가장 취약한 이들이 배치되는 구조는 바뀌지 않을까요?

우리가 이런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제2의 아리셀, 제3의 아리셀은 계속해서 반복될 것입니다.

이번 판결은 단순히 한 사람의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외면해온 구조적 문제를 직시하라는 사법부의 외침일지도 모릅니다.

🕯️ 아리셀 참사 희생자들을 기억하며

2024년 6월, 리튬전지 공장에서의 끔찍한 화재로 목숨을 잃은 23명의 노동자들. 그들은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고, 가족의 생계를 위해 땀 흘리던 평범한 이들이었습니다.

그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는 지금이라도 바뀌어야 합니다. 산업현장의 안전을 생명과 직결된 문제로 바라보는 문화,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경영자 의식, 그리고 이주노동자·비정규직에 대한 구조적 차별 해소가 절실한 시점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 참고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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